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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로퀴엄

제74회: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발견된 중국 국보급 고서『永樂大典』1책- 조선총독부의 중국문헌 대량 구입과 제국 일본의 ‘동양사’ 연구 –

등록일 : 2013.10.24 조회 : 122

안녕하십니까.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116일 수요일 오후 4시에 제74회 콜로키엄을 개최합니다. 장소는 규장각 1층 회의실(112)입니다.

이번 강연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명예교수이신

이태진 선생님께서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발견된 중국 국보급 고서永樂大典1- 조선총독부의 중국문헌 대량 구입과 제국 일본의 동양사연구 -”

 

라는 주제로 발표해주실 예정입니다.

 

  이태진 선생님께서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한국문화연구소 소장, 역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등을 두루 역임하셨으며, 현재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로 계십니다.

 

  선생님께서 서울대학교 재직 중에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발견하신 중국 국보급 고서 『영락대전(永樂大典)』의 소장 경위와 그 학술사적 의의에 대해 고찰할 이번 발표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아래에 발표 개요를 첨부합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발견된 중국 국보급 고서永樂大典1

- 조선총독부의 중국문헌 대량 구입과 제국 일본의 동양사연구 -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永樂大典은 명나라 초기에 편찬된 문헌 대백과사전이다. 개국 초기인 성조(成祖, 재위 1402-1424) 때 당시까지 전해지던 역대의 문헌들을 모아 운() 별로 분류하여 내용을 필사한 전적(典籍)의 총합으로서, 그 분량이 무려 22,87710,095(목록 60)에 달하고 글자 수는 37천만 자로 추산된다. 영국이 자랑하는 대영백과사전도 이를 세계 유사 이래의 최대의 백과사전으로 평하였다. 그런데 그 많은 책들이 왕조가 청나라로 바뀌고 또 그 청나라가 망하는 과정에서 산질을 거듭하여 지금은 880여 책 밖에 남아 있지 않다. 특히 19세기에 서양의 열강들이 중국에서 각축을 벌인 시기에 국가 관리가 거의 방치되면서 부패한 대소의 관리들이 치부의 수단으로 하나 둘 씩 내다 팔아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 중국 안에는 현재 880여 책의 절반 정도가 남아 있고 나머지는 해외 각국 수장 기관에 흩어져 있다.

  중국 국내에 전하는 영락대전은 현재 국가급 문물 2으로 지정되어 있다. 중국의 문화재는 문물(文物)이란 용어아래 국가급(國家級)과 성급(省級)으로 나누고, 각 급은 다시 3등으로 분류한다. 한국의 국가 문화재와 지방 문화재 분류와 같은 구분아래 중요도에 따라 각 3등으로 나눈 체계이다. ‘국가급 문물 2이라면 한국으로 치면 국보또는 보물에 해당한다. 이 귀중 문헌이 한국에도 1(2)이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사실은 1986년에 이루어진 중국 측의 정리에 파악되어 있지만 국내 학계는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에 재직 중이던 2000년대 초반에 중앙도서관에서 다른 자료들을 찾던 중에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여 소장 경위를 알고자 노력하였지만 끝내 단서를 찾지 못하고 20092월말에 이를 반납하고 퇴임하였다. 그런데 20109월말에 국사편찬위원회에 부임하여 이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사편수회(朝鮮史編修會) 자료 가운데서 永樂大典 잔궐본에 대하여(永樂大典 殘闕本いて)(4B6B 44)란 일본어 필사본 보고서를 발견하였다. 이 원고는 바로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수장된 그 영락대전에 대한 진위(眞僞) 감정 및 구입 경위를 밝힌 보고서였다. 이에 따르면, 이 책은 19145월에 일본 경도(京都)로 출장 간 이왕직(李王職)의 동식물 관계 기사(오카다 노부토시, 岡田信利)가 경도제국대학의 나이토 코난(內藤湖南)의 부탁으로 가져와 진위 감정을 거쳐 구입한 것이었다. 가정(嘉靖) 연간에 이루어진 중록(重錄) 진본이란 판정에 따라 매입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필자는 이 보고서에 도서 구입의 형식적 주체가 이왕직(李王職)으로 되어 있는 것에 따라 이왕직 도서(藏書閣 도서)를 수장하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홈페이지 한국학 디지털 아카이브전자 검색을 통해 이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唐版財産目錄(도서번호: 142 33 1-1)永樂大典구입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검색 창에 오른唐版財産目錄大正3年度 唐版財産目錄」「法帖之部」「大正三年度法帖之部셋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목록 곧 1914(大正 3)에 구입한 당판(중국서적)의 목록 가운데 이해 1113일에 永樂大典1책을 20,0000을 주고 산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이 정보 입수 후, 직접 방문을 통해 입수한 唐版財産目錄(원본)을 분석한 결과, 1910829일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합한 조선총독부는 같은 해 10월부터 19152월까지 약 44개월 간 이왕직의 비용으로 중국 서적 72322,008, 법첩 111411점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구입비는 무려 13,142,362으로 집계되었다. 이후 조선총독부가 1년 예산안에 이왕직 유지비로 140만원 내지 150만원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이왕직의 재원 곧 대한제국 내장원(內藏院) 동산 재원은 이 도서 구입사업으로 거의 다 소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총독부에 의해 대량으로 구입된 중국문헌들은 1935년에 경성제대 부속도서관으로 이관되어 현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구관도서속에 다수가 남아 있다. 永樂大典1책은 곧 그 중의 하나이다.

  1910년 강제 병합과 동시에 조선총독부가 중국문헌을 대량으로 구입한 목적은 무엇이었던가? 제국 일본의 역사가들은 1880년 대 후반에 서양사에 대한 동양사라는 학문 영역을 새로 설정하고 일본이 이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고자 하였다. , 천황제를 취한 명치 일본정부는 천황을 영광되게 하기 위해 대만, 조선, 만주, 몽골, 그리고 중국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구축하는 것을 추구하였던 만큼, 역사학자들은 그 실현에 이바지 하는 동양사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었고, 실제로 동경제국대학, 경도제국대학의 사학과를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연구기관들을 세워 나갔다. 조선총독부에 의한 대량의 중국 문헌 구입은 동경, 경도에 이어 경성(京城, 서울)에도 동양사 연구의 한 기지를 만든다는 구상아래 추진된 것으로 보이며, 1910년대의 중추원, 1922년의 조선사 편찬회(나중의 조선사편수회) 발족, 뒤이은 경성제국대학 설립 등은 구체적인 실현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한국 역사학계는 일제의 한국사에 대한 왜곡을 조선사 왜곡이란 차원에서 추적 비판하여왔지만, 앞으로는 이를 넘어 제국 일본의 동양사구축 관점에서 천착해 볼 필요가 있다.

 

문의) 규장각 학술교육부 880-5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