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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로퀴엄

제75회 :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침해받은 고요의 나라”로

등록일 : 2013.11.07 조회 : 116

안녕하십니까.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1119일 화요일 오후 12시에 제75회 콜로키엄을 개최합니다. 장소는 규장각 1층 회의실(112)입니다.

이번 강연은 울산과학기술대(UNIST) 기초과정부 교수이신

문수현 선생님께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침해받은 고요의 나라

 

라는 주제로 발표해주실 예정입니다.

 

문수현 선생님께서는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시고, 독일 Bielefeld 대학교에서 독일 현대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현재 울산과학기술대(UNIST) 기초과정부에서 조교수로 재직중이십니다.

 

독일인이 일제강점기 한국에 대해 남긴 기록을 중심으로 서양인이 본 조선이라는 시각에 대해 고찰할 이번 발표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아래에 발표 개요를 첨부합니다.

  
(*한 주 간 두 차례의 콜로키엄이 개최되어니, 날짜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본 콜로키엄에는 간단한 점심식사가 제공됩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침해받은 고요의 나라

 

문수현 (유니스트 기초과정부 조교수)

서양인이 본 조선이라는 주제의 논문과 연구서들이 물밀 듯이 출간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그러나 이들 연구들은 두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하나는 이 서양이 주로 영미권 세계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기적으로 구한말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일제 시기 독일어권에서 출간된 신문, 잡지 기사, 여행기, 학술논문 등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자료들을 분석함으로써 밝히고자 하는 문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구한 말에 형성된 한국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의 연속성과 변모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동시대인이자 관찰자이던 독일인들이 일본에 의한 식민화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는가이다.

구한말에 형성된 한국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은 일제시기를 관통하여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인은 개인이 아닌 그들로 통칭되고 있었다. 예외적으로 개인 한국인이 등장하는 경우, 기생인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이들 독일 문헌에서 구한말에 형성된 한국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수정될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구한말과 마찬가지로 게으름, 수동성, 태만, 무기력에 대한 묘사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이 스테레오 타입이 실제 대상과 일치하지 않음을 밝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으나, 이 글에서는 이 스테레오 타입의 정치적 기능을 밝히고자 했다. 구한말에 형성되어 일제 시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에 충실한 독일인 관찰자들에 따르면 조선의 몰락은 일본 팽창의 결과가 아니라 운명이었고, “누가 한국을 접수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아울러 이 스테레오 타입은 일제 시기에 있었던 모든 근대화의 성과를 일본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는데 기여하고 있었다.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진 한국의 근대화에 대해 경탄의 시선을 보낼 지라도, 이는 한국의 독립을 지지하는 근거가 아니라 일본에 의한 식민화가 지속되어야 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에 의한 식민화는 기차로 상징되는 근대성으로만 인식되고 있었고, 이 근대성은 도덕적 당위 그 자체였다. 따라서 독일 문헌들은 일본에 의한 근대화가 한국인들에 의해 긍정적으로 평가받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체로 식민화에 대해 도덕적으로 판단하기 보다, 식민화 자체가 실제로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식민화의 구체적인 성과들을 들여다볼 경우, 독일인들의 담론 내부에서 균열과 모순이 일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문제제기할 부분은 독일인들이 한국 내에서 나타나는 근대화를 물질문명으로 한정시킴으로써 스스로 동도서기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의 정치 참여 확대, 언론 자유 등 근대화의 다른 한 축을 한국의 근대화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전적으로 배제하고 있었던 것은 근대적 주체인 시민으로서 한국을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독일인들은 설령 일제 식민화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일지라도 한국의 독립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문의) 규장각 학술교육부 880-5827